작성일 : 08-09-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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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혁중
 조회 : 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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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지 : 인수봉(취나드B - 프렌드 0호 ~ 4호)
대 원 : 김혁중(06/top), 김용준(07/last), 김형용(08/second)
날 씨 : 1년중 가장 최적의 날씨가 아니었나 생각됨 (살짝 추웠음)
27일
토요일 오후 6시에 모여 산행 준비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출발하니 10시 30분 쯤 인수야영장에 도착했다. 야영허가신청서를 내가 새롭게 깔끔하게 타이핑해서 낸 것을 아주 입에 침이 마르도록 국리공원 측에서 칭찬해주신다. 연맹에서 주는 야영허가신청서는 확실히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국립공원 직원 분이 얼마나 감동하셨는지 내가 하산하는 28일 까지 얼굴을 기억해주시면서 성균관대의 허가신청서를 다른 산악회들에게 보여주면서 참 잘만들었다고 칭찬해주신다. 사실 조금만 신경쓰면 되는 것이다.
28일
19번 야영장에서 5시 30분에 일어나니 아직 사방이 어두컴컴하다. 일단 다들 꿈틀대며 침낭에서 나오고 간단하게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사실 코펠이나 버너를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 그냥 모든 것을 행동식이나 빵으로 때울 작정이었다. 이제 9월 말에 접어드니 6시에 가까운 때에도 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제 밤에 하계용 침낭 안에서 그냥 대충 잠을 잤더니 목감기가 걸린 것 같다. 인수봉으로 어프로치를 하면서 목이 콱 막히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 취나드B 출발지점 앞에서 느긋하게 장비착용을 하고 1피치 출발하려고 하는데 암벽화가 바위에서 미끄러진다. 암벽화가 바위에서 미끄러지니까 꽤 긴장된다.
1피치 :
저번에 한번 취나드B와 귀바위 슬랩을 모두 선등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실 오늘 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저번처럼 루트파인딩을 하거나, 불안불안하게 '아 이길이 맞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다. 캠을 박을 장소도 대충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크기의 캠들을 탁탁 박으면서 올라간다.
크랙이 끝나고 약 4.5m 길이의 슬랩에는 볼트가 하나 생겼다. 원래는 동판이 있던 자리인데, 누군가가 그곳에 볼트를 새로 박은 듯 했다. 굳이 그 자리에 볼트를 박을 필요성이 있나 생각되지만, 등반자 입장에서는 없는 것 보다는 좋다. 새로 생긴 퀵드로 쪽으로 직상해도 되고 대슬랩 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서 가도 모두 맞는데, 난이도는 대슬랩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것이 쉽다.
용준이까지 다 올라오니까 밑에 한 두명씩 클라이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시간이 대략 해뜨고 난 뒤 30분 정도인 것 같다. 앞으로 해뜨기 30분 전에 일어나서 준비해야 겠다.
2피치 :
2피치는 그냥 마음먹고 완전히 자유등반 하려 했으나 슬링을 또 잡고 말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그 위 부분들은 깔끔하게 넘어갔다. 일단 왠지 쪽팔려서 기를 쓰고 텐션 없이 넘어갔다. 2피치는 딱히 캠을 박을만한 장소가 없고, 캠을 박을 필요도 없지만, 굳이 캠을 써야 마음이 안정되는 사람들은 모든 볼트를 지나치고 나오는 상단 크랙에 하나 정도 써주면 적당하겠다. 1호부터 4호까지의 거의 모든 프렌드가 다 적용되는 크랙으로 기억된다. 형용이와 용준이가 그럭저럭 괜찮게 올라온다.
그런데 우리 뒤의 팀도 취나드B를 등반한다는 낭패스러운 소식을 용준이가 전해온다. 오늘도 3피치 테라스에서 쉬었다가기 글렀다.
3피치 :
3피치는 딱 한 스텝이 어려운데 바로 밴드를 따라 트래버스 하는 것이다. 밴드가 중간에 약 1m 넘게 끊어지면서 바위가 툭 튀어나오는데 나도 처음에 이걸 넘어가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4피치 :
취나드B에서 가장 어려운 곳은 역시 4피치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난 4피치를 제일 힘들어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4피치를 제일 힘들어할 것이다. 4피치는 테크닉적으로 힘든 부분은 전혀 없다. 하지만 몸재밍, 반레이백, 쌍크랙 뜯으면서 발재밍 까지... 크랙의 온갖 기술이 동원되고, 게다가 길이까지 길어서(40m는 될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결국 두번째 볼트에서 그냥 텐션 받고 10초 정도 쉬었다가 올라갔다. 4피치에서 주의할 것은 트래버스 하는 위치다. 테라스에서 크랙이 3개 정도 보이는데 가장 오른편 실크랙은 벗길의 크랙이니 그 등반라인을 따라갔다가는 낭패스럽게 되고, 가장 왼쪽 크랙으로 가능한 빨리 붙는 것이 유리하다. 가운데 크랙으로 들어갔다가는 나중에 트래버스 하기 상당히 어렵고, 다리 짧은 사람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간에 볼트도 없어서 떨어지면 큰일이다.
형용이와 용준이가 여기서 조금 힘들어했다. 용준이는 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안되서 체력이 빨리 소진된 듯 했고 형용이는 아직 크랙 등반을 많이 못해봐서 요령이 부족한 탓이었다. 다행히 밑의 팀의 선등자 분이 형용이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어서 나름 형용이가 잘 올라온 듯 했다. 4피치 끝 지점에서는 쌍크랙을 제외하면 뒤의 등반자의 등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조언을 해주기 힘들다.
5피치 :
5피치는 고정확보물이 없지만 어깨재밍만 제대로 하면 안전하게 올 수 있다. 어깨재밍 열심히 하다보면 턱이 하나 보이는데 그 턱을 딛고 일어서면 프렌드 설치할 곳이 보인다. 이후로는 캠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단 캠하나 설치해줘야 한다. 그리고 나서 약간의 몸재밍과 슬랩등반을 곁들이면 귀바위 테라스에 도착하게 된다. 귀바위에서 모두 휴식을 취하다가 다음 팀의 선등자가 올라오시자 우리도 바로 출발하였다.
귀바위슬랩 :
자유등반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이번에도 첫번째 볼트를 인공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볼트들의 퀵드로를 잡으면서 넘어가는 만행(?)을 저지르진 않았다. 두번째 볼트 넘어가면서 계속 슬립 먹어서 좀 두렵긴 했지만
'선등은 슬랩에서 추락하지 않는다. 약간 미끄러질 뿐이다.' 라는 일념하게 그냥 열심히 일어섰다.
형용이가 올라오자마자 이제 하강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건너편 바위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신다.
"혁중이 아니니?"
약간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건너편 바위에 코오롱등산학교 강사로 오신 민호형이 계신다.
이렇게 산에서 민호형을 뵙는게 무척이나 반갑다.
30분 정도 후에 인수봉 정상에서 민호형과 다시 만났는데 등산학교의 교육생 분들이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들을 나눠주신다. 덕분이 우리 일행은 뜻하지 않게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이나 글로만 뵈었던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선생님을 뵙고 나니 마치 연예인을 본듯한 기분이다.
하강하고 나서 민호형이 백운산장에서 재학생들에게 막걸리도 사주셨다. 보너스로 8자하강기에 자일을 안꼬이게 끼는 방법과 자일 사리고 나서 매듭짓는 새로운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매일 자일을 잘못 거는 나에게는 매우 유용한 방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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