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9-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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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혁중
 조회 : 2,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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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2008.05.31 오봉릿지)
언제나 오봉은 나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인수봉에서 저쪽 선인봉을 향해 바라보면 아슬아슬하게 다섯 봉우리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언제 등반할 기회가 있을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규태형이 마침 오늘 오봉릿지를 가자고 하셨다. 오봉은 우이동, 도봉산 모든 곳에서 접근이 가능한데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가야 해서 힘들고, 군부대를 지나서 차로 접근하는 방법이 가장 용이할 것 같다.
규태형이 석굴암 근처에 차를 세우시고 바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오봉릿지 초입으로 가는 길은 분명하게 길이 나있어서 길을 염려는 없어 보인다. 석굴암 근처가 맨 마지막 오봉이고 우리는 이것을 거슬러 올라 일봉까지 걸어가야 했다. 걸어가던 중에 규태형이 단전호흡을 응용한 스트레칭을 가르쳐 주시는데 맥이 팍 뚫리는 느낌이다.
일봉 근처에서 장비착용을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그렇지 않아도 오랜만에 암벽하는지라 나도 내심 불안한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한마디들을 들으니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하다. 걸어가는 일봉을 지나치고 이제 일봉에서 아주 간단한 하강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탈퇴한) 조계중 신입생이 덜덜 떨고 있다. 이렇게 완만한 각도에서의 하강을 두려워 하니 참 걱정이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나간 것이 우리를 위해서도 그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다.
2봉도 거의 걸어 올라가듯 해서 올라가니 반가운 확보용 볼트가 보인다. 거기에 자기확보를 하고 형용이 빌레이를 봐주고 그다음 조계중군이 올라올 차례인데 또 어물쩡거린다. 이정도면 거의 걸어가는 수준이고 일반 등산객도 그냥 자일 없이 막 왔다갔다 하는데 계중이는 계속 울먹이고 있다. 그 다음 다시 하강할 차례인데 여기서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거의 몇 십분을 끈다. 앞으로 신입생들이 올 때 어떻게 이런 상황들을 헤쳐 나갈지 걱정된다.
3봉까지는 거의 걸어가듯이 가고(기억이 확실치 않음) 우여곡절 끝에 3봉에서 점심을 먹었다. 3봉 감투바위에 올라가보진 않았지만 규태형 말씀으로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침니가 있는데 그 침니를 이용하면 3봉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하셨다. 3봉에서 하강을 해야 하는데 이번에 계중이가 제대로 덜덜 떨면서 못 내려가고 있다. 나도 한 소심하는데 이렇게 겁이 많은 남자는 처음 본다. 규태형도 답답해하시고 나도 답답한데 아이는 내려갈 생각을 못하고 이제 울먹이고 있다. 결국 하강하긴 했지만 계중이는 그냥 그대로 하산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오봉릿지는 중간중간 탈출할 지점들이 분명하게 있다.
용준이가 먼저 선등을 하여 올라가고, 나도 따로 기원이형과 조를 만들어서 선등하여 올라갔다. 은근히 만만치 않았다.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피치 끊고 나서 4봉 감투바위를 우회한뒤 이제 펜듈럼을 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만만치 않다. 제대로 못하면 규태형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그 당시에는 제대로 개념을 이해 못한 상태였다.
어찌어찌 하여 펜듈럼으로 선등 서는 것을 하긴 했는데 그때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펜듈럼을 하고 나면 다시 하강을 하거나 4봉과 5봉 사이의 사잇봉을 넘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곳을 가지 않고 그냥 우회했다. 이제 마지막 5봉 가는 길목에서 형용이와 규태형은 먼저 하산 하시고 나와 용준이, 기원이형만 끝까지 가기로 했다.
첫피치 약간 까리한 슬랩은 용준이가 선등하고 두 번째 매우 쉬운 피치는 내가 선등을 하여 5봉까지 전진했는데 ‘벌써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우회 없이 이 5봉을 한번 제대로 질주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5봉에서 하강을 해야 하는데 밑을 보니 정말 까마득하다. 밑에 계신 규태형이 점으로 보인다. 용준이가 하강을 마치고 내가 하강할 차례인데 완전 오버행으로 되어있어서 겁이 난다. 하지만 내 생애 가장 짜릿한 하강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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