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7-16 15:39
다시 찾아 올 위기.
 글쓴이 : 이기원
조회 : 2,147  
벌써 한학기가 끝나고 한달이 더 지났다.

참 바쁜학기였다. 전역하자마자 복학을하고 산악부 주장을 맡게되어 신입생을 뽑고 주말에는 산에도 가고 주중에는 공부도 했다.

용준이의 존재가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아마 나 혼자 였다면 올해도 산악부를 유지할수 없었을 것이다.

신입생 모집 활동을 하면서 1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서 산악부를 들어오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을 돌려보낼수 밖에 없었다. 지원자 10명중 8-9명은 군대를 갔다온 3학년이거나 편입생이었다. 신입생은 거의 없었다.

열심히만 한다면 학년이 무슨상관이고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먄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2,3학년에 들어온 학생들은 대부분 산악부를 들러리로 생각하기 마련이라 산에 잘 나오지도 않았다. 혹시나해서 2학년은 받아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뒤늦게 들어온 2학년이 산에도 나오지 않는다면 신입생들에게 안좋은 영향이라도 줄까봐 받을수도 없었다.

그래도 매년 신입생은 들어오기 마련이라 2,3명의 신입생을 받을 수 있었다. 힘들게 받은 신입생이라 조금이라도 잘해주려고 했고, 그들이 어떻게하면 산악부에 남을수 있을까 정말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첫산행에 한명 나가버리고, 혹은 산에 가보지도 않고 나가버리고, 하나둘씩 나가버렸다. 어떻게든 붙잡아두려고도 해봤지만 예전과는 달리 요즘 신입생들은 붙잡아도 남아주질 않는다. 그렇다고 빠따를 칠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산악부'라는 이름자체가 신입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건 사실이다. 요즘 신입생들은 '산악부'라는 이름만 들어도 들어갈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단다. 게다가 산에 다닌다고 하면 그런걸 왜 하느냐고 반문한다. 하물며 암벽등반이나 장기산행까지 간다고 하면 그들은 처음부터 질색을 해버린다.

너무도 바쁜 신입생들. 주말에는 꼬박 산에가야하고 잘 나오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산에 데려가려고 하는 산악부를 나가려고 하는게 어쩌면 당연하다. 주말에 연애도 해야하고 학원도 아니고, 방학떄도 쉬지못하는 요즘 대학생들인데... 산에서 땀 흘리는걸 누가 달가워 하겠는가.

산악부 활동이라는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너무나도 가치있는 시간들인데... 그것을 꺠달을 만큼 신입생들은 인내력이 있지 못하다. 억지로라도 깨닫게 해주고 싶지만, 깨닫게 해주려는 노력자체가 그들을 산악부에서 나가버리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말에는 산에 가야한다는것, 그리고 다른 동아리와는 다르게 제대로 활동하지 않으면 부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항상 신입생들에게 부담인듯 하다.

어찌저찌하여 현재 신입생은 1명 남았다. 올해는 무조건 신입생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무리하게 산악부를 운영했던게 아닌가 후회도 든다. 학년별로 재학생이 꽤 남아 있어서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올해와 내년에 신입생을 남기지 못하면 산악부에 또 큰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

해가 가면 갈수록 '산' 에 간다는게 점점 더 신입생들에게 인기를 잃어 갈텐데... 앞으로 10년후에도 산악부가 존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10년후에는 산악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어떻게 하면 산악부를 유지 할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미 '산악부원'이라 산악부가 산악부가 아닌 그 무엇이 되어 유지해 나간다는것을 우리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를 용인하고 존속하느냐, 아니면 시대에 맞추지 못하고 사라지느냐...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김용준 08-07-16 20:37
 
  이대로 죽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변하자니 더 이상 산악부가 아니게 될 것은 확실하고....
언제나 생각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문제보다는 그 '답' 자체를 두고 고민하게 되죠.
몇몇 대학산악부들은 과거방식을 고수하다가 
우리보다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경우도 있고, 일부는 아예 맥이 끊겨버렸습니다.
우리 산악부도 솔직히 형께서 우연히 형용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위와 다를 바 없었을 겁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미식축구부에 가려고 했던 제가 산악부를 먼저 알게 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작년에 이미 확실해졌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 우연에 의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힘들어지는 여건을 보면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06형들에게서 들은 재작년 모습과 제가 직접 겪었던 작년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어정쩡한 변화는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결과만을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즉 양과 질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의미합니다. 작년만 봐도 남는 건 저 한 명이었고
실력도 이도저도 아니 것이 비리비리하죠. - 제 입으로 직접 말하니 내심 슬픕니다.)
변화를 한다면... 위에 형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전면적인 변화,
더 이상 산악부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극단적인 변화가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형께서 언급하셨지만 우리는 원하지 않습니다. 네, 원하지 않는 길입니다.
이도저도 못하는 생각은 끊임없이 공전하고, 다른 방법, 새로운 사고를 찾아봐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당장 2학기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네요. 일단 종주할 준비나 해야겠습니다.
김혁중 08-07-17 15:19
 
  답글로 제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해 봅니다. 제가 답글로 써놓은 글은 제가 주장이 될 경우 실제로 추진할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