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7-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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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혁중
 조회 : 3,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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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08년 7월 13일 일요일
루트 : 도봉산 선인봉 박쥐길 3피치까지
참석자 : OB규태형(1피치 전반부분 선등), 06김혁중(선등), 08김형용
원래는 야영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비가 많이 온 관계로 야영이 취소되고 나와 형용이는 규태형의 아카데미에서 1박을 했다. 아카데미에서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쥬마링과 티롤리안브리지를 하면서 이론강의를 받았다. 쥬마링을 하면서 조금씩 하강하는 연습을 해봤는데(베이직 혹은 슈퍼베이직만 가능한 기술인 것 같다) 나중에 유용하게 쓸 듯 하다.
다음날 선인봉으로 규태형 차를 이용하여 이동하는데 왠지 긴장된다. 인수봉은 조금 가본 편이라 친근한 느낌인데 선인봉은 왠지 낯설고 위압적이다. 실력이 쌓이게 되면 선인봉도 많이 가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엑셀시오에서 OB형님들을 뵙는데 '산행을 열심히 한다'며 칭찬해주신다. 왠지 그냥 뿌듯하다. 명흠이형이 '산행일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며 걱정도 해주신다. 나야 공익근무요원하니깐 별 상관 없지만, 학교에 다니는 다른 사람들에겐 일정이 좀 빡빡하긴하다. 사실 나도 공부를 좀 소홀히 한 측면이 있긴 하다.
선인봉이 가까워 질 무렵 규태형을 제외한 OB형들과 잠시 헤어지고 나와 규태형, 형용이만 남아서 선인봉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경찰구조대 위 야영장에서 바라본 선인봉은 한껏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등반에 들어가는데 규태형이 박쥐길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주신다. 예전에는 실제로 박쥐 수백마리가 살던 곳이라서 박쥐길이라는 것이다. 박쥐날개처럼 생기기도 했지만 정말 박쥐가 살았던 곳이어서 박쥐길이니 잘못 알면 안된다고 하셨다.
1피치 아래부분에서 장비착용하고 올라갔으면 좋았을텐데 어중간한 부분에서 장비착용을 시작해서 준비가 조금 늦었다. 바위 틈에서 혹시라도 장비떨어뜨릴까 주의하다보니 장비착용이 등반보다 더 힘들다.
일단 규태형이 보조자일을 이용하여 1피치 전반부를 선등하셨다. 그리고 나서 내가 그대로 60m자일로 다시 1피치 끝까지 슬랩쪽을 이용하여 선등하고 마지막에 형용이가 올라오면서 1피치가 끝나게 되었다. 다음부터는 그냥 아래 넓은 공터에서 장비착용하고 올라가는 것이 좋을듯 하다.
2피치가 그 유명한 '박쥐날개 뜯기'이다. 너무 혼나서 그런걸까 심리적으로 좀 위축되어 있었다. 오늘따라 규태형이 너무 나를 꾸짖으신다.(나중에 알고보니 등반에만 집중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신거였다.) 박쥐날개 시작되는 부분까지도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난 2번째 볼트를 지나고 박쥐날개 끝부분에서 추락을 하게 되었다. 펜듈럼을 하면서 추락하는데 원의 둘레 구하는 공식에 따르면 난 5미터를 바위에서 쓸린듯 했다.
일단 펜듈럼해서 다시 박쥐날개에 붙고, 가보는데 또 추락이다. 힘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뭔가 심리적으로 난 잘못되어있었다. 삼세판에 끝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갔는데 이번엔 좀 가볍게 쌍볼트까지 가게 되었다. 다음에는 확실히 한번에 끝낼 것 같다. 원래는 소나무까지 가서 2피치 끊는건데 자일 유통이 안좋은 관계로 형용이를 일단 쌍볼트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형용이가 쌍볼트까지 그럭저럭 잘 올라온다. 형용이가 다 올라오고 나서 난 나머지 2피치를 선등하였다. 확보할 곳이 없어서 난감했다. 내가 소나무 까지 다 가고, 규태형 올라오시고, 형용이 올라오고, 다시 규태형 소나무로 올라오신다. 약간 복잡하게 등반이 진행되었다. 등반은 심플해야 하는데 이게 다 선등자가 부실한 탓이다. 소나무에 다다르자 목이 너무 마르고 힘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잠깐 쉬고 다시 출발이다. 오른쪽 길은 크랙 5.10a, 왼쪽길은 슬랩 5.9 인데 난 그래도 크랙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왼쪽 슬랩으로 코스가 결정되었다. 개념도 상에는 바로 테라스까지 가서 3피치 끊으라고 되어있는데 실제 등반에서는 슬랩 5.9 끝나고 나오는 쌍볼트(개념도에는 이 쌍볼트가 없다.)에서 피치를 끊었다.
자일유통이 너무 안좋은데 도대체 어떻게 테라스까지 가서 피치를 끊을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우리 팀도 그렇고 우리 뒤에 있던 팀들도 초보자들은 정말 애를 많이 먹었던 곳이었는데, 선등자가 후등자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일 유통이 좋아야 한다. 자일이 크랙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내가 보기엔 그냥 슬랩 끝나는 지점에서 피치 끊는게 무난해 보인다.
어쨋거나 형용이도 조심조심 잘 슬랩 트래버스하고 규태형은 걸어가시듯 오신다. 이제 허리길과 만나는 크랙으로 들어가야 한다. 크랙 시작지점 왼쪽에 왠 볼트가 있었다. 그곳에 볼트가 없으면 정말 불안할 것 같다. 크랙 크기가 너무 커서 왠만한 크기의 캠은 박을 수 없기 때문이다. 3호 프렌드를 겨우 박았는데, 크랙시작지점에서 손을 쭉 뻗으면 2호 프렌드 들어갈 만한 크랙이 하나 있긴 하다. 볼트에 일단 퀵드로 걸어놓으니 추락해도 크게 다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2번 정도 시도해봤는데 좀 아리까리 하다. 그런데 3번째에 숨 한번 크게 들이 쉬고 가보니 조금 쉬운 감도 있다. 오른쪽발을 세게 밀면서 왼쪽다리로 재밍하면서 올라가니 쉽다. 테라스에 올라서니 그대로 뻗어버리고 싶지만 일단 형용이를 끌어올려야 한다. 여기서는 그냥 베이직으로 확보를 보았다. 베이직은 정말 확보보기에 너무 편한 장비이다. 형용이가 텐션 그리 많이 먹지 않고 잘 올라왔다. 아리까리한 벙어리크랙에서는 "하나 둘 셋 할때 끌어올려주세요." 하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그런 테크닉은 보통 10년 이상된 고참이 신입생 끌어올리다가 하는 것인데...
테라스에 올라온 형용이의 손가락마디마디에 피가 묻어있다. 그는 정말 오늘 너무 고생했다. 이제 바위 시작한 형용이에게 박쥐길은 정말 너무나도 어려웠을 것이다.(이제 선등시작한 나에게도 너무 어려웠다.) 수고한 형용이를 앉아서 쉬게 해주고 내가 얼른 규태형의 빌레이를 봐드렸다. 벌써 시간이 2시 40분이 넘어갔다. 다른 OB형님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4시인데 하산하고 뛰어가면 겨우 4시 될 것 같다. 규태형도 이쯤에서 하강하자고 하셨다. 원래는 한피치 더 해야 박쥐길이 끝난다. 선인봉 정상에 가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솔직히 너무 힘을 써서 나도 피곤했다.
하강은 규태형이 먼저 루트 잡아놓으시고, 그다음 형용이가, 내가 마무리 하면서 하게 되었다. 형용이가 조심조심 잘 내려간다. 하강을 모두 마치고 나니 옆의 팀이 박쥐길을 보더니 아는척하며 옆의 초보자에게 한마디 한다. "저기 보이는게 바로 박쥐길이야. 박쥐날개 처럼 생겼다고 해서 박쥐길이라고 부르지."
우리 셋은 웃음을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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