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7-0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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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창선
 조회 :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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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정확한 루트인지를 파악할수 없는 가운데 무거운 전진을 계속했다.
2시가조금넘자 개스가 걷히기 시작했다.산소통의 압력은 2000PSI 정도 남았으며 새는 부분도 없어졌다. 주위의 봉우리들이 낮게 깔리면서 상당히 높은 고도에 도달한 것 만은 알수 있었다. 해는 이미 정상 너머로 넘어갔다. 남아있는 사탕 두알을 만지작 거리다가 끼고있던 실크장갑1개와 모장갑1개를 버리고 고어텍스 벙어리(모리스 바가꺼)로 갈아꼈다. 마스크의 침들이 흘러 고무통에 떨어지면서 언다.
정상같다! 앞에 보이는 둥그스런 돔은 분명 정상이다. 기를쓰고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오는 돔에 점점 실망한다. 그것은 하나의 세락에 불과했다. 이만 저만한 실망이 아니다. 쉰다. 중공과의 국경부근 까마득한 곳에 테람캉리의 3봉우리, 그앞에 가셔브룸산군, 그앞에 브로드피크 뒤로 쵸고리사, 마셔브룸, K6, K7 등이 뭉게 뭉게 피어있다.
정상으로 보이는 돔을 향하여 무의식적으로 나아갔다. 그것또한 하나의 세락 이었지만 크레바스 자국이 있어서 오르기쉬운 곳으로 우회하려다가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폭이 좁아 어깨에서 멈췄다. 안간힘을 다해 빠져나오려 했지만 너무 지쳐있어서 쉽지가 않았다. 어찌어찌 빠져나와서는 기진맥진했다. 고글을 벗고 스키고글(모리스 바가꺼)로 바꿔썼다. 사탕하나를 집어 넣었다. 보온병의 물은 이미 떨어졌고 이제 남은 것은 레몬맛 사탕 한알뿐이다. 힘이라곤 온몸에서 빠져나가서 움직일수 없을것 같은데도 의식은 위로, 위로 향하고있었다.
정상 비슷한 돔을 몇개 올랐다. 또 하나의 돔이 있는데 그것은 여태까지의 돔과는 틀렸다. 해가 넘어갔기 때문에 그늘진 설벽만을 올라왔다. 그런데, 그 돔에는 끝부분에 실같은 햇빛들이 능선을 따라 비치며 무지개빛 눈가루를 만들고 있었다. 저것은 분명 더이상 높은 곳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남서능에서 이어지는 가파른 설벽이 좌로 보인다. 잠시후 능선위로 고개를 내밀면서 반대편의 산들이 노란햇살에 물들었다. 더이상 높은 곳이 없다. 더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죄송합니다.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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